미국에서 안락사를 선택하는 환자들이 많지는 않지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락사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병에 따른 고통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선택권 때문이었으며 예상과 달리 백인, 고학력, 부유층이 안락사를 많이 선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안락사를 허용하는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오린건주가 1997년 `존엄사법(Death With Dignity Act)"을 통과시킨 첫해에 안락사 환자는 사망자 1천명 당 1명꼴이었지만 현재는 사망자 500명 중 1명 정도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9년 안락사를 허용한 워싱턴주에서는 157명이 안락사로 삶을 마감했다. 이는 사망자 1천명 당 1명에 해당한다. NYT는 안락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오리건주와 워싱턴주가 안락사를 허용한 이후 수천 명이 이들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NYT는 또 안락사를 허용하면 자연사할 때까지 병을 치료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계층에서 많이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안락사 처방을 받은 환자 중 백인, 고학력, 부유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밝혔다. 안락사를 선택한 환자들은 병에 따른 고통이 아니라 자신의 삶처럼 죽음에 대해서도 `통제(control)"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으로 나타났다.오리건 보건과학대학의 린다 간지니 교수는 "2009년 안락사를 요구하는 환자 56명을 조사한 결과 안락사 선택이 고통과는 관계가 없었다"며 "자율적인 상태에서 집에서 죽겠다는 소망이 가장 많은 동기였다"고 말했다. 오리건주의 안락사 환자의 남녀 비율은 같았고 안락사 환자 나이의 중앙값(median)은 71세였다. 안락사 환자의 질환 중에는 암이 81%로 가장 많았고 전신 쇠약 및 위축으로 시작해 호흡근육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난치병인 루게릭병이 7%였다. 나머지는 심장이나 폐 질환자 등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안락사 옹호론자로 자신도 루게릭병에 걸려 안락사에 필요한 처방을 받은 리처드 웨슬리 박사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사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웨슬리 박사는 아직 처방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병의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수업까지 듣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