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고승 혜초(慧超·704~787)의 넋이 담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았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이 내년 4월 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은 세계 최초로 일반에 공개 전시되는 왕오천축국전을 비롯해 중국 신장(新疆)·간쑤(甘肅)·닝샤(寧夏) 등 3개 성(省) 10여개 박물관의 실크로드 관련 유물 220여점을 선보인다. ▲ 세계 최초로 일반에 공개전시되는 혜초의‘왕오천축국전’. 실물이 한국에 온 것도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무엇보다 오래 눈길이 머무는 유물은 당연히 두루마리 형태의 "왕오천축국전" 실물이다. "다섯 천축국을 여행한 기록"이라는 뜻의 이 책은 한국인이 쓴 최초의 해외여행기이자 세계 최고(最古)의 여행기 중 하나로 꼽힌다. 8세기 인도·중앙아시아의 정치·문화·경제·풍습 등을 알려주는 유일한 기록으로 가치가 높다. 소장기관인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요구에 따라 원본은 60㎝만 펼쳐놨고, 대신 전체를 볼 수 있도록 복제본을 펼쳐 전시했다. 혜초가 727년 작성한 "왕오천축국전"은 1900년 중국 둔황의 막고굴(莫高窟)에서 발견됐다. 당시 이곳에 머물던 왕원록이라는 도사(道士)가 수많은 고문서가 3m 넘는 높이로 쌓여 있는 석실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그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8년 뒤 둔황에 도착한 프랑스 동양학자 폴 펠리오는 3주 동안 석실 안에서 문서를 검토한 후 중요문서 6000여 점을 선별해 헐값인 500냥에 사들였고, "왕오천축국전"도 이때 프랑스로 건너갔다. |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둔황 석굴 모형도 그대로 재현해 막고굴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중국 신장자치구 카라샤르에서 출토된 황금 허리띠 잠금장치는 평양의 낙랑유적 출토품과 비슷해 흥미롭고, 간쑤성에서 출토된 한나라 시대의 청동마차 행렬도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람료 성인 1만원 등. 1666-42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