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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인이 바라본 일본장례문화

주일 특파원 시절 각계 인사들을 소개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준 64세 일본 지인의 부고를 받았다. 약식으로 치른 1일장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오와카레카이’(이승에서의 송별모임)를 도쿄에서 개최한다는 소식이었다. 숨진 뒤 두달여 만에 열리는 송별모임이었다. 오와카레카이는 사회적 지탄을 받은 고비용 장례를 대신해 1901년부터 지식인층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지극히 간소한 장례의식이다.

지난주 도쿄 도심 지요타구에서 열린 송별모임에 참석했다. 고인과 세 차례 송년회를 한 장소다. 집권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처음 겪어 보는 일본의 장례의식 현장이었다. 조문이었지만, 어떤 형식일지 호기심도 일었다. 사전 취재를 통해 검은색 양복은 입었지만 넥타이는 보통 색깔을 매고 참석했다. 혹시 몰라 검정 넥타이는 예비로 준비해 갔다.

고인은 국제도시 도쿄에서 매스컴 관련 연구회를 통해 도쿄 주재 외교관·정치인·기업인·언론인 등이 교류하는 벤쿄카이(공부모임)를 20여년 주재한 사람이다. 함께 공부한 사람이 많아 참가비 1만엔을 받는 접수대부터 아는 얼굴들이 맞이했다. 송별모임은 아주 수수했다. 외부 화환은 전혀 없었다. 영정이 달랑 놓인 새하얀 제단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묵념하는 걸로 그만이었다.

참석자들은 묵념 뒤에는 몇 점 전시된 고인의 생전 기념사진들을 살펴보고, 지인들과 얘기하며 추모했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추도사가 계속 이어졌다. 미국대사관 관계자,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의 짧은 추도사가 이어졌다. 기자도 해외 참석자로서 추도사를 했다. 고인을 기리는 전보나 전자우편 등도 여러 개 낭독됐다. 준비된 가벼운 식사와 음료로 저녁을 대신했다. 2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송별모임에 참석할 준비를 하고, 참석하면서 일본의 장례의식이 최근 수년 새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일례로 송별모임 실행위원회로부터 ‘평복으로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연락을 받고 조사해 보니, 평복은 장례 때 입는 예복과 일반 양복의 중간 정도라고만 되어 있었다. 넥타이 색깔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현장에 가 보니 10% 이하만 검정 넥타이를 맸다.

일본의 장례의식은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마을공동체 장례에서 개인화, 간소화되고 있다. 1990년대 초 50% 선이던 자택 장례는 10% 이하로 줄었다. 60% 이상이 장례식장을 이용한다. 80%가 집이 아닌 병원에서 숨지고 있다. 시신 매장은 극소수이고 90%대 후반이 화장이다.

장기 경기침체의 영향도 받아 장례의 간소화가 특히 두드러진다. 3~7일장 대신 1일장이 퍼지고 있다. 가족만이 치르는 가족장도 유행이다. 밤에 조문객을 맞는 쓰야는 철야에서 3시간으로 단축되거나 생략되고 있다. 산골(散骨)도 늘었다. 보호자 없이 죽는 경우가 늘어 공공기관 주재의 약식장례도 급증했다. 배우자를 잃은 고령자를 중심으로 생전에 스스로 장례를 예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저출산 영향으로 장남에 의한 묘의 계승은 옛이야기다. 가족 붕괴로 인해 유골합장묘도 점차 늘고 있다.

자신의 장례절차를 적은 임종노트를 생전에 제작, 실행하게 하는 현상도 늘었다. 묘를 돌볼 후손이 적어지면서 파산 가능성이 낮은 공립묘지 들어가기 경쟁도 심하다. 공·사립묘지들은 유골 안치 후 일정기간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무연고자들을 합장, 사후 불안을 없애준다. 전통적인 장례문화를 대신해 장례의식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장례문화도 과도기다. 형식적인 부조금, 호화장례 등 허례허식은 여전하다. 화장이 60%를 넘었지만 불법적인 매장도 흔하다. 장례에 의한 사회적 낭비가 적지 않다. 서둘러 시대에 맞는 합리적 장례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때다. 일본 장례문화가 진화하는 모습은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다.

- 이춘규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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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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