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시간 30분 남짓…살아야 하는 이유 배워 프로그램은 총 3단계(약 30분)로 영상을 보며 흥분된 감정을 정리, 왜 내가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 부여, 자살을 하게 되면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지에 대해 배우는 시간으로 나뉜다. 자살 시도자 본인이나 가족들이 프로그램 진행하는 것에 동의하면 프로그램 진행자는 먼저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현재 기분이 어떤지"에 대해 묻는다. 대상자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인지 알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미리 준비한 노트북을 꺼내 영상을 보여준다. 영상은 약 6분짜리다. 주인공은 자해를 하다가 실패해 흰 붕대를 손목에 감고 흰 가운을 입고 병상에 누운 20대 여성이다. 20대 여성이 주인공인 이유는 자살예방 상담건수 중 20~30대 여성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영상 마지막 부분에서 이 주인공은 도움의 손길을 생각하다가 자살예방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할 마음을 먹는다. 2단계에서 프로그램 진행자는 "예전에도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있는지", "자살에 대한 계획을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세웠었는지" 등을 먼저 물었다. 이는 자살 시도 유무와 자살 방법에 따라 위험도 A~D로 나누기 때문이다. 일단 자살 시도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고위험군이다. 손목을 긋는 등 자해행위는 저위험군이지만 목을 매거나 투신(投身)하는 행위는 고위험군으로 분리된다. "자살신호"에 대해 설명한 게 인상 깊었다. "자살신호"란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온다는 걸 아는 자신만의 신호이다. 술을 계속 마시게 되거나 식사를 못하고 잠을 못 자는 게 그 예다. 3단계에서 프로그램 진행자는 "나 한명의 죽음으로 가족을 포함한 여러명이 함께 고통을 받는다"고 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자살한 사람의 유족은 평균 3명이었고, 지인(知人) 중 자살한 사람이 있다는 사람은 23%나 됐다." 또 "나중에라도 상담을 계속 받고 싶을 때 연락하라"며 센터 연락처가 적힌 파란색 카드를 건넸다. 센터는 계속 도움을 받기 원하는 사람에게 최장 8주까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한다. 7월에 프로그램이 끝난 서모(22·대학생)씨는 "자살을 하고 싶었던 게 남자친구와 헤어져서라고 생각했는데 근본원인은 고압적인 엄마와의 관계에 있었다. 문제점을 알게 해줘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6월엔 김모(42·직장인)씨가 "상담을 하고 나니 기분이 훨씬 좋아지고, 행복한 기분이 드러나 스스로가 적응이 안 된다"고 고마워했다. ◆11명이 1000건 전화받아?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요" 그러나 프로그램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몇 가지 원인이 꼽힌다. 첫째는 센터의 과다한 업무량이다. 작년 한 해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 걸려온 상담전화는 1만5062건이었다. 2005년(5355건)에 비해 약 3배가량 높아진 수치다. 11명의 센터 직원이 한 달에 1000건이 넘는 자살 시도자의 전화를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4~8주 동안 꾸준히 전화해 상담도 하고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데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둘째는 "자살 시도자 또는 그 가족이 갖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다. 7월 초, 한 남자 고등학생이 건물 위에서 투신자살을 하려다가 실패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자살 시도 경험이 있고 자살 방법이 "투신"이었기 때문에 고위험군에 속했다. 며칠 동안 이 학생에게 전화를 했는데 부모가 거절하고 나섰다. "아들이 괜찮아진 것 같으니 더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며칠 후 이 학생은 결국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셋째는 공간 문제. 이 프로그램은 대부분 병원 내 응급실에서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회복지사 정선씨는 "응급실이 워낙 혼란스럽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집중을 하지 못하거나 산만한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