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애창곡 "그리워 못 보내는 님, 못 잊어 못 보내는 님" ▶지난 30일 정오쯤 시퍼런 서해 바다를 응시하는 그의 매서운 눈 안에 바다 속 객실에 갇혀 몸부림치는 병사들이 가득 들어왔다. 잠수복 차림으로 선상에서 급히 점심을 해결한 한주호(53) 준위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아끼던 후배인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폭파대(UDT) 예비역 모임인 동지회의 유호창(52) 부단장 목소리가 들렸다. "호창아, 오늘 어떻게든 함수 객실 전부를 탐색해 실종 장병들을 구해야겠어." "형, 하루에 서너번 바다에 들어가는 건 위험하니 무리하지 마. 제발." 한 준위는 완강했다. 그는 "빨리 장병들을 구조해야 해.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잖아. 책임지고 해낼 거야"라고 말했다. 사흘째 잠수로 초췌해진 얼굴의 한 준위는 가볍게 몸을 풀고 구조보트에 몸을 실었다. 오후 3시쯤 천안함 함수(艦首)가 있는 부표에 도달하자 한 준위가 후배 UDT 대원들에게 외쳤다. "얘들아. 조류가 세진다고 절대 당황하면 안 돼. 천천히 물 위로 올라오면 돼. 알았지?" 후배들로부터 "몸짱"으로 불리던 한 준위가 가장 먼저 바다 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갔다. 캄캄한 물속에서 천안함 함수를 더듬던 한 준위는 그러나 갑자기 숨조차 쉬기 힘들어지면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한 준위가 가장 사랑했던 바다가 그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
급박한 상황에서 한 준위는 늘 동료부터 챙겼다. 한 준위와 UDT 동기이자 이날 자원봉사 자격으로 현장을 찾은 이헌규(53)씨도 "잠수하는 나한테도 "뾰족한 절단 부위에 찔리면 큰일 나니 몸조심하라"며 신신당부했다"고 했다. 이씨는 "남의 몸은 그렇게 걱정하면서 왜 정작 자기 몸은 안 돌봤는지…"라며 울먹였다. 동료 한 준위와 훈련병 시절을 같이 보낸 UDT 동기 문종일(54)씨는 "한 준위는 너무 성실하고 꼼꼼해서 교관으로 있을 때 부하 대원들이 애를 많이 먹었다"고 기억했다. 한 준위는 교관 시절 훈련병이 잘못을 저지르면 "일주일 잠 안 재우기" 등의 혹독한 벌을 내리는 원칙주의자로 통했다고 한다. 그래도 훈련이 끝나고 후임 대원을 위로해주는 사람은 한 준위밖에 없었다고 한다. 훈련 후엔 "엄마"라고 불렸다. 한 준위 동료는 "한 명 한명 자상하게 챙겨주고 훈련 도중 포기하려고 하면 "사나이 한 길인데 포기하면 안 된다"며 토닥여줬다"고 말했다. 동료 UDT들은 "한 준위는 한마디로 UDT의 대부"라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준위의 후배는 "(한 준위는) 구조 노하우도 매우 풍부하고, 최고참인데도 구조활동에 항상 앞장섰다"며 "UDT 전력(戰力)의 30%가 가셨다"고 했다. 정부는 순직한 한 준위에게 1계급 특진을 추진했지만 유족측은 "이미 떠난 사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동료들은 그런 유족들의 마음을 안다. 한 준위는 가수 오승근의 "떠나는 님아"를 18번으로 즐겨부르며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중략) 님아 못 잊을 님~아/ 님아 떠나는 님아/ 두 눈에 가득/ 이슬이 맺혀/ 떠나는 님아/ 가려거든 울지 말아요/ 울려거든 가지 말아요/ 그리워 못 보내는 님/ 못 잊어/ 못 보내는 님"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