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관리하는 백석동시립묘지 묘적부가 장묘(이장)업자에게 넘겨져 돈벌이 수단에 활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묘적부(墓籍簿)는 분묘 연고자의 이름·주소·주민번호·연락처가 기록된 문서다. 백석동 시립묘지는 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지구에 포함돼 지난해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주공)가 분묘 이전 비용을 보상해 주고 있다. 분묘 연고자가 이장을 완료하면 단장(홑무덤) 277만원, 합장 340만원의 이장 비용을 받는다. 백석시립묘지는 전체 19만9980㎡에 6553기의 분묘가 있다. 현재 4027기가 개장(開葬)신고를 마친 상태다. 장묘업자는 화장이냐 매장이냐에 따라 60만~160만원의 이장비용을 받는다. 인건비 등 실비를 제외하면 1기당 60% 정도의 이익이 남는 장사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초부터 지역은 물론 외지 장묘업체까지 가세해 이권다툼이 벌어진 상태다. 지역 장묘업체들은 시립묘지를 찾는 연고자를 상대로 순번을 정해 영업하는 방식에 합의해 갈등은 사라지는 듯 했으나 이 ‘신사협정’에 문제가 생겼다. ◆장묘 연고자 명단 유출=지난해 5월부터 분묘 연고자 휴대전화에 한 장묘업체의 이장 안내메시지가 뜨기 시작했다. 급기야 집으로 이장 안내문까지 왔다. 연고자의 신상 정보가 장묘업자에게 유출된 것이다. 연고자 명단을 관리하는 곳은 시립묘지 운영주체인 천안시와 신도시 사업주체인 주공뿐이다. 지역 장묘업자 사이 “천안시나 주공 관계자 중 누군가 묘적부를 외지 장묘업자에게 팔아먹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본지 취재팀은 사실 확인을 위해 장묘업체를 상대로 수소문한 끝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우편물을 발송한 업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 장묘업체가 천안시청 공무원과 친분이 있는 A씨로부터 묘적부 원본을 넘겨받은 사실도 밝혀냈다. 현재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A씨는 시 공무원 B씨로부터 묘적부를 넘겨받았다. 지방공무원 6급 팀장인 B씨는 지난해 4월 말 자신의 부하직원 C씨가 개장신고 업무량이 폭주하고 있는 장묘문화팀으로 파견되자 “알아볼 게 있으니 묘적부를 보내 달라”고 요구해 자료 원본을 이메일로 받았다. C씨는 “전 부서 직속상관이 ‘나(B씨)만 보고 폐기하겠다’며 자료를 요구해 와 보내줬다”며 “나중에 연고자들로부터 항의전화가 걸려와 묘적부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공무원 B씨는 “고향 친구인 A씨가 잘 아는 장묘업자를 도와주고 싶다며 묘적부를 구해달라고 요구해 처음엔 몇 차례 거절하다 어쩔 수 없이 자료를 넘겨주게 됐다”며 “잘못은 인정하지만 대가를 받고 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리된 묘적부 또 넘겨=A씨는 ‘묘적부 2차분’을 또 장묘업자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공무원 B씨로부터 전달 받은지 4개월만인 지난해 8월, 이장을 마친 분묘 연고자가 제외된 묘적부 명단을 다시 받은 것이다. 시 공무원이 장묘업자의 영업편의를 위해 이미 개장 신고된 분묘를 정리해 다시 넘긴 셈이다. 지역 장묘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시립묘지를 찾는 유족들을 상대로 쫓아다니며 영업을 했다. 시청 공무원을 통해 받은 묘적부를 손에 쥔 장묘업자는 가만히 앉아서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에서도 장묘업자와 A·B·C씨를 상대로 묘적부 유출 사실을 확인하고 대가성 여부를 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