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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장례문화

멕시코, 공동묘지에서 축제를…

 
- ▲ 멕시코에선 ‘죽은 자의 날’이 되면 가족들이 묘지를 찾아 꽃과 과일, 촛불로 장식하고 함께 모여 밤을 지샌다. photo AP
●멕시코 명절 "죽은 자의 날"
●초겨울에는 멕시코나 그 이웃나라인 과테말라에 가보자. 이맘때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거리나 광장, 사무실에서 만나는 갖가지 차림의 해골 군상과 화려하게 꾸며진 제단들을 보고 어리둥절할 것이다. 바로 ‘죽은 자의 날(Day of the dead)’이라는 전통 명절 때문이다.

멕시코에선 11월 1일과 2일 이틀간 고인(故人)을 위해 제사를 올리고 묘지를 찾는다. 물론 올해에도 그랬다. 우리나라의 한식이나 추석 같은 의미다.

그러니까 멕시코 사람도 우리처럼 “돌아가신 조상이 정성껏 차려놓은 제사상에 와서 음식을 먹고 되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볼 때 멕시코가 참 머나먼 나라라고 여겼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물론 제사를 올리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사상이나 묘지에서 엄숙해진다. 그런데 노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국민성 때문인지 멕시코 사람들은 묘지를 찾아 묘지 뒤에서 떠들썩하게 밤을 보내는 풍습을 갖고 있다. 일 년간 고향을 떠나 있던 가족들이 함께 하기 위해 모이는 것은 닮은꼴이다.

죽은 자의 날이 가까워지면 각 가정과 묘지는 물론이고 광장, 공장, 가게, 여행사, 관광안내소, 식당, 박물관 심지어 공원이나 관공서 같은 공공장소에 고인들을 위한 제단과 비석이 놓인다. 모두 오렌지색 금잔화 꽃과 해골들로 알록달록하고 화려하게 꾸며진다. 한국의 제사상 차림과 형식이 지방별로 다른 것처럼 마을마다 개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제단은 망자의 색으로 알려진 오렌지색과 검은색의 얇은 종이나 풍선으로 장식된다. 알록달록한 색지를 접어 해골과 뼈다귀 모양으로 오려 길게 늘어뜨린다. 그리고 ‘셈파수칠’이라 불리는 금잔화와 붉은 맨드라미꽃으로 장식하고 타말레, 아톨레 같은 전통요리와 각종 과일, 이날만 특별히 맛볼 수 있는 죽은 자의 빵, 술, 담배 등을 정성스럽게 차려놓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콜릿과 설탕 덩어리를 빚어 만든 작은 꽃을 촘촘히 박아서 장식한 ‘해골 과자’다. 해골을 과자로 즐겨먹는 나라가 어디 또 있을까. 앙증맞고 장난스럽게 생긴 해골 외에도 관, 묘지 등의 미니어처들이 장식돼 있다. 제단 주변에는 향을 피우고 고인과 성자(聖者)의 사진을 걸고 촛불을 피워놓는다.

이미 10월이 되면 재래시장과 백화점, 쇼핑 상가에서는 죽은 자의 날에 차려질 제수용품과 묘지를 장식할 금잔화, 빨간 맨드라미 그리고 설탕 또는 초콜릿 덩어리로 예쁘게 만든 해골 과자들을 판다. 왜 하필 금잔화와 맨드라미인가 했더니, ‘망자의 꽃’이라 불리는 이 꽃들이 11월을 전후로 활짝 꽃을 피워서란다. 관이나 묘지 모양, 마녀와 해골이 잔치를 벌이는 형상의 미니어처들도 팔린다.

제과점에선 쟁반만큼 커다란 빵에 달콤한 설탕을 뿌려 만든 ‘죽은 자의 빵’도 판다. 제단은 보통 3단으로 만들어진다. 첫 번째 단은 인간이 사는 대지를 뜻한다. 두 번째 단은 영혼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고인의 사진을 놓는다. 마지막 세 번째 단은 신들의 세계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날 자정에 12번의 종소리가 울리면 음식을 차려둔 제단 위로 영혼들이 내려온다고 믿는다. 1일은 ‘어린 영혼을 위한 날’로 초콜릿 해골사탕이나 달콤한 빵 등을 바친다. 2일은 ‘어른 영혼을 위한 날’로 고인이 생전에 즐기던 술, 즉 데킬라나 메스칼, 담배 등을 바친다.

지난 11월 1일과 2일에도 멕시코시티의 심장부인 소칼로 중앙광장에 가봤다. 다양한 제단과 가짜 무덤, 그리고 커다란 해골 조형물이 있었다. 지방별로 특색있는 제단이 중앙 광장을 가득 메웠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금잔화와 과일, 해골 사탕과 초콜릿이 놓인 제단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간 희생자들의 머리를 꿰어놓은 아스텍의 촘판틀리를 재현한 커다란 조형물도 있었다. 일부 해골은 애교스러운 모양이었는데, 석고로 만든 희생자의 얼굴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었고 피투성이였다.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해놓아 등골이 오싹했다.
하지만 멕시코시티 시민들은 한마디씩 감탄사를 날렸다. “너무 멋있지 않니. 마치 진짜 같아.”
 
- ▲ 멕시코인들은 ‘죽은 자의 날’이면 해골 가면을 쓰거나 뼈가 그려진 의상을 입고 거리를 누빈다. photo AP
멕시코인에게 해골은 하나의 장난거리나 재밋거리처럼 받아들여진다. 해골 이미지는 ‘갈라카’ 혹은 ‘실다리’ ‘앙상한 뼈’ 같은 별명으로 친근하게 불린다. 광장 한편에 놓인 즉석 화덕에선 ‘죽은 자의 빵’을 만들어 공짜로 나눠줬다. 소칼로 광장은 구경 나온 사람들로 혼잡했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사실 조상의 묘를 찾아가 고인을 기억하며 조용하게 하루를 보낸다.

멕시코 안에서도 지역별로 이날을 보내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특이하다. 원주민의 전통이 많이 남아있는 와하카주와 미초아칸주에서는 셈파수칠 꽃과 촛불, 음식 등으로 치장한 공동 묘지에 온 가족이 모인다. 노래를 즐기면서 자정경 영혼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꼬박 밤을 샌다.

공동묘지 앞엔 간이식당과 시장이 들어서 놀이동산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음산한 밤의 공동묘지가 1년에 한 번, 산 자와 죽은 자들이 함께 즐기는 화려한 연회장이 되는 셈이다. 이 특별한 풍경을 보러온 관광객을 위한 ‘공동묘지 순례 투어’가 생길 정도다.

멕시코 남부엔 마야의 땅인 유카탄 반도가 있다. 이곳 캄페체주의 체칸 마을에선 이날 납골당에 모셔둔 고인의 유골을 꺼내 하나하나 깨끗하게 잘 닦는다고 한다. 고대 마야에서부터 내려온 풍습이란다. 고인을 기리는 방법이 다를 뿐, 그 마음이야 모두 같겠지 싶다.

사람들은 이렇게 제사를 지내고 의식을 치르며 고인에 대한 사랑과 함께 했던 추억을 되새긴다. 감사와 존경의 마음으로 의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람들은 불을 밝히며 내년을 기약한다. 그리고 신이 내려주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시인 엑토르 우에르타(Hector Huerta)는 이 날을 “의식의 나라에 태어나 축제의 나라에서 죽다. 빵은 망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망자는 빵이 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죽은 자의 날 풍습을 보면 괴기스럽지만 웃음을 자아내는 해골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다보면, 멕시코인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은 어떤 걸 의미할까. 멕시코에 살면서 ‘죽은 자의 날’이 오면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11월 1~2일 온 가족이 제사 지내고 묘지 찾는
●수천 년 풍습 꽃과 해골 모양 과자로 제단 장식하고 밤새 노래
●죽은 자의 날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수천 년을 이어오는 일종의 축제다. 이 축제는 스페인 침략 이전부터 있었던 고대종교와 기독교 그리고 원주민과 스페인 풍습이 한데 섞여 지금까지 이어지는 아주 독특하고 오래된 전통이다. 고인을 기리던 원주민 풍습이 식민지 이후 11월 1일과 2일 ‘모든 성자의 날’이라는 가톨릭 행사와 섞이면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에서 ‘죽은 자의 날’은 국경일은 아니지만 공공연히 휴가가 주어진다. 11월 1일은 오전 근무만 하고 모두 일찍 퇴근해 축제를 즐긴다. [멕시코시티 = 정지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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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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