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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 본 수목장 원조 스위스

 
- ◇스위스의 보덴제 호 인근 투르가우 지역의 마메른 마을에 울창한 수목장림이 조성돼 있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 장목에는 이름이 담긴 팻말만 달 수 있다.
◈"樹木葬" 발상지 스위스 호반마을 마메른,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영혼의 숲서 영생을 누린다 ◈창시자 자우터"숲 훼손하는 樹木葬은 가짜 樹木葬”
◈죽은 뒤에 자신의 영혼이 쉴 곳을 생전에 미리 정해 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맞으면 가족이나 지인에 의해 본인의 생전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동묘지에 묻히거나 화장된 뒤 유골이 납골당에 안치된다. 이는 동서양의 일반적인 장묘 문화다. 그러나 지금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는 이 같은 전통적 장묘 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인간이 사후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영혼이 숲 속에 머물도록 하는 자연친화적 장묘법인 수목장(樹木葬)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인 우엘리 자우터(66)는 수목장을 처음 창안해 전 세계에 수목장을 전도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 사이에 위치한 보덴제 호는 바다로 보일 만큼 큰 호수다. 콘스탄츠 호라고도 불리는 이 호숫가의 투르가우 지역에 인구 600여명의 작은 전원 마을 마메른이 자리 잡고 있다. 울창한 숲으로 덮인 산자락을 낀 포도밭 언덕 마을 마메른을 주민들은 ‘지상의 낙원’이라 부른다. 바로 이 마을이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는 수목장이 처음 탄생한 곳이자 최초로 수목장림(樹木葬林)이 조성된 곳이다.

수목장이란 사람이 죽으면 주검을 화장한 후 그 유골을 나무 뿌리에 묻는 것으로, 전통적인 매장을 대체하는 장묘 방법이다. 수목장은 사람이 다시 나무로 환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수목장은 수목장림이나 지정된 숲에서 선정된 나무가 장목(葬木)이 된다. 이 장목이 추모목이자 묘비나 다름없다. 장목은 스위스나 독일에서는 99년간 수목장 관리사무소에서 관리해주고 장목이 자연 재해로 손상되면 대체목으로 이식해준다. 장목엔 망자의 이름, 생년월일과 사망일, 장목 번호가 새겨진 명패만 걸린다. 이밖에 다른 표시는 허용되지 않는다.

현재 스위스와 독일에서는 수목장 비용으로 3500유로(약 450만원)가 든다. 생전에 수목장 회원으로 가입해 연간 회비를 낼 수 있고 일시불로 완납할 수도 있다. 장목은 생전에 자신이 정해 놓을 수 있다. 어린 나무도 장목으로 인기가 있다. 스위스의 경우 가족 10명까지 가족 공동 장목을 사용할 수 있다.
 
- ◇마메른 수목장림에 있는 가족 공동장목. 나무 한 그루를 가족 10명까지 공동 사용할 수 있다.

지금 마메른에서 사단법인 스위스 수목장협회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수목장 전도 활동을 펴고 있는 마을 터줏대감 자우터가 수목장을 처음 창안한 것은 생전에 친했던 한 영국인 친구 때문이었다. 런던에 거주하던 마이클 램버트라는 친구는 생전에 “내가 죽으면 화장한 뒤 유골을 경치가 아름다운 스위스의 산에 묻어달라”고 부탁했다. 1992년 그가 사망하자 그의 유골을 마메른의 뒷산 숲 속에 정해 놓았던 나무 뿌리 밑에 묻은 것이 수목장의 효시였다.

수목장 아이디어는 이렇게 태어났지만, 행정 당국으로부터 수목장림을 정식으로 지정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아이디어가 주위에 널리 알려져 큰 호응을 얻자 자우터는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법의학자 아놀트 카이저링 교수와 이 문제를 상의했다. 자우터는 카이저링 교수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낸 뒤 본격적으로 거주지 지방 관청을 설득하면서 수목장 허가 취득 운동을 벌였다.

1994년에는 농민들의 반대로 수목장림 지정이 좌절되기도 했다. 그는 이듬해 자신이 살고 있는 마메른의 뒷산에 20그루의 나무를 심어 수목장림을 조성한 뒤 본격적인 로비 활동을 벌였고 결국 1997년에야 허가가 떨어졌다. 그러나 곧 연방개발청이 이를 거부해 계획은 다시 무산됐다. 그러나 1999년 1월 드디어 투르가우 주 당국으로부터 최종 허가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스위스 특허청과 유럽연합(EU) 특허청으로부터 ‘프리드발트’라는 상표 특허도 받았다. 수목장의 아이디어가 태동한 지 7년 만의 일이다.

그 뒤 수목장은 스위스에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수목장림은 이미 60곳으로 늘었다. 스위스엔 동남부의 그라우뷘덴 주와 남부 고산지역인 테신 주, 발리스 주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역에 고루 확산됐다. 인접국 독일에 조성된 수목장림도 23곳에 달한다. 두 나라에서 현재 수목장림 지정을 추진하는 곳만 20곳이 넘는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수목장림을 추진하는 곳이 생겼다.

자우터는 악셀 바우다흐 독일수목장 사단법인 대표와 함께 한국 내 수목장 전파에 일조했다. 두 사람은 2005년 9월 서울에서 한국산지보전협회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산림포럼’이 공동 주최한 ‘산림 내 수목장림 조성에 대한 심포지엄’에 초청받아 스위스와 독일의 수목장 실태를 소개했다.
 
- ◇수목장 창시자 우엘리 자우터가 마메른 수목장림에 있는 한 나무를 자신의 장목이 될 나무라고 소개하고 있다.
◈창시자 자우터"숲 훼손하는 樹木葬은 가짜 樹木葬”
◈葬木에 석물 설치하는 한국에 쓴소리
◈“맑은 공기가 가득한 곳, 새 소리와 바람 소리가 항상 들리는 곳, 밤에는 달빛이 낮에는 햇빛이 스며드는 곳, 그런 곳이 망자의 영혼이 쉬기에 가장 쾌적한 곳입니다. 사후에 영혼이 쉴 곳으로 아름다운 숲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도시 속의 공동묘지 안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묘비석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호반 마을 마메른에서 수목장 창시자 우엘리 자우터를 만나 수목장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영혼에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가 보덴제 인근도시 크로이츠링겐에서 묘비석 판매상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공동 묘지에 납품되는 묘비석과 가까이 지내게 됐고, 사후 영혼 문제를 생각하면서 자랐습니다.”

그는 커서 전기기술자로 활동하다 수목장을 창안해낸 뒤 수목장 전도사로 변신했다. 이제 전 세계에 이름이 알려진 명사가 됐다.

자우터는 “수목장 전파 초기에 ‘죽음의 장사’를 한다는 비난도 듣고 수목장림이 ‘시체의 숲’이라고 매도당하는 등 고초도 겪었지만 지금은 인식이 크게 호전됐고, 수목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 문화가 전통화된 스위스와 독일에서 화장과 수목장이 늘어나고 있고 유럽 전반에 걸쳐 친환경 장묘 문화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목장을 독일의 숲 속 공동묘지 ‘발트프리토프’와 혼동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뒤 “현재 발트프리토프가 국토 면적의 30%를 차지하는 독일과 스위스에서는 산림보호 육성 차원에서도 수목장이 앞으로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무연고 분묘가 급속히 늘어나고 매년 서울 여의도의 1.5배나 되는 땅이 묘지로 잠식되고 있는 한국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한국의 수목장 도입에도 공이 큰 그는 “최근 한국의 일부 수목장이 장목(葬木) 밑에 꽃을 심거나 석물을 설치하고 다양한 표지를 한다는데, 정말이냐”고 물었다. “망자의 유골을 묻은 지정된 장목에 이름이 담긴 팻말 이외에 아무 것도 표시해선 안 됩니다. 그게 수목장의 기본 취지입니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수목장이 처음 시작된 스위스에서는 수목장림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숲으로 유지되고, 숲을 조금이라도 훼손하거나 어지럽히지 않습니다. 이런 준칙이 지켜져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건 가짜 수목장입니다.”

자우터는 “수목장은 인간이 자연회귀를 하는 뜻을 지닌 장묘법으로, 이를 통해 산림 보호·육성을 도모하는 만큼 산림을 훼손하거나 허례허식이 뒤따라서는 안 된다”며 “스위스나 독일에서처럼 수목장의 기본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앞으로 자연 숲의 조성이 어디서나 지속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05년 9월 서울에서 열린 수목장 포럼에 초청받았을 때 한국의 산림청장이 “한국도 앞으로 100년 안에 국유림의 20%가 수목장림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수목장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도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마메른의 양지 바른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보덴제 호수 너머로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가 한때 신혼 살림을 차리고 소설 ‘데미안’을 썼던 가이엔호펜 마을이 지척으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그는 자신이 죽은 뒤 마메른 수목장림 속에서 영혼을 쉬게 하려고 장목도 미리 정해뒀다고 했다. 조각가인 부인은 수목장의 장묘 철학을 작품으로 구현한다. [세계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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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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