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 격리치료를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하면서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호스피스병동을 코로나19 확진환자 격리치료를 위해 오는 28일까지 비워줘야 하지만 갑작스러운 전원 조치에 의료기관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인근 호스피스병동은 이미 만실이라 전원이 불가능한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는 서울의료원과 서남병원을, 경기도는 파주의료원을 코로나19 확진환자 격리병동으로 이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호스피스 병동 환자를 인근 병원 호스피스병동으로 전원 시켜야 한다.
하지만 지난 2월 24일 7시 기준 파주의료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한 환자 16명 중 9명은 인근 호스피스병동으로 전원 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7명은 갈 곳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시도 서울의료원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을 동부시립병원으로 전원 시킬 것을 요청했으나, 병상 부족으로 전체 인원을 전원 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지적이다.
의정부의료원은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됐으나, 정신병동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원 사정으로 보류된 상태다.
호스피스병동이 부족할 경우 일반병동으로 환자들을 전원 시켜야 하지만 전인적인 임종기 돌봄을 위해 만들어진 호스피스완화의료 목적은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 한 전문가는 “요양병원은 아예 중환자를 안 받으려고 하고 다른 호스피스는 만실인데 호스피스병동 환자를 어디로 옮기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호스피스병동은 시설과 인력 등 모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방역만 철저히 시켜 운영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타 의료원의 일반병실로 옮겨야겠지만 그렇게 되면 호스피스 돌봄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일선 의료진과 최선의 논의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어 “(급박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호스피스병동 환자들에 대한 보건당국의 충분한 고민은 부족한 것 같다”고도 했다.
한편, 지난 2015년 메르스 당시에도 국립중앙의료원을 메르스 전담 병원으로 바꿀 때 결핵, 에이즈 환자들을 전원시키려 했지만 전원시킬 곳이 없어 애를 먹은 바 있다. 특히 평택성모병원 폐쇄 때 마지막까지 기존 환자를 보내지 못해 질병관리본부 직원이 여기저기 병원에 직접 전화해서 부탁하기도 했다. [출처 : 청년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