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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흘러도 예(禮)의 큰뜻은 우뚝하리라

고향떠나는 어느 문중의 마지막 추석이야기

 
- ▲ 오금동 진주 강씨 일족 강교희 씨 일가. 이들은 개발지구에서 선산이 제외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한 문중의 추석풍경을 통해 전통 예절과 시대의 변화사이에서 고민하는 현상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고양시 오금동(梧琴洞)은 오래 전 이곳에 오동나무가 많아 이것으로 거문고를 만들었다하여 붙여진 이름. 70년대에는 고양 인구 15만 명 중 8만의 인구가 신도동에 살 정도로 중심지였다. 서울과 가깝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전원주택지로도 인기가 높았지만 68년 북한 124부대원이 청와대를 습격하려던 김신조 사건으로 군사보호지역, 그린벨트 및 개발제한지역이 되면서 정체된 지역으로 남게 됐다.

재산권이 묶이면서 사람들의 발도 묶였다. 특히 진주 강씨, 김해 김씨, 제주 고씨, 고령 박씨, 진성 이씨 등의 집성촌이 남아있는 오금동에는 전통도 멀리 떠나지 못했다. 위 아래로 4대, 10촌까지 한 자리에 모여 추석을 보내는 일은 도시에서는 이미 사라진 풍경. 다소 간소해졌지만 햇곡식으로 정성껏 지어 조상께 올리는 모습에서 조상에 대한 정성과 이번 추석을 마지막으로 고향을 떠난다는 아쉬움을 읽을 수 있었다.

오금동 진주 강씨 8대 종손 강태희(전 시의원) 씨 일가의 ‘삼송에서의 마지막 추석’을 지면에 담았다. 죽은 이에게 예의를 표하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례를 치른 흔적의 여부를 인간 문명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오금동 진주 강씨 씨족마을 사람들에게 조상에 제를 올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많이 자유로워지긴 했지만 집안의 덕목은 단연 유교. 별도의 제실을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마루에 위패를 모시고 있다.

강태희 전 의원은 모친상을 당했을 때 3년상을 치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4대에 걸쳐 제사를 모시는 것은 당연지사다. 시제도 거르지 않는다. 교통이 발달해서 예전처럼 추수 후 시제에 참석하기 위해 음력 10월 한 달을 소비하는 일은 사라졌지만 조상을 기리는 마음만은 고스란히 남았다.

이들에게도 추석은 가장 큰 명절이다. 서울로 지방으로 나가 살지만 대가족 일가가 모이는 일은 어김이 없다. “다 모이니 한마당 가득이죠? 금새 8촌, 10촌 되는걸요.” 제사가 아니어서인지 차례상 앞에 모인 이들의 표정이 밝다. 형편에 따라 집을 늘리는 것이 금지된 그린벨트인 만큼 엉거주춤,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마루에 자리하고 늦게 도착한 이들은 그저 마당에 섰다.
 
- 4색당파의 영향으로 조율이시(棗栗梨枾)가 아니라 조율시이(棗栗枾梨)로 놓는다. 8대 종손인 강태희(사진 오른쪽) 씨는 “다 의미 없어. 중요한 것은 정성이야”라고 일갈한다.
▶10촌까지 다 모여 한마당 가득
“다른 집안과 진설에 큰 차이 없지만 우리는 조율이시(棗栗梨枾)가 아니라 조율시이(棗栗枾梨)로 놓지. 4색당파 때문이야.” 차례를 주관하는 강태희 씨가 잔을 올리고 절을 하는 중간 설명한다. 조선시대에는 멀리서만 바라봐도 어떤 파에 속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술 먹고 노는 태, 아낙들 쪽 진 뒷모습만 보아도 어느 당파 집안인지 알았다니까. 그저 구전으로 내려오니 언제부터 대추, 밤, 감, 배 순서로 놓았는지는 모르지. 다 의미 없어. 예기에는 그저 과(果) 과(果) 과(果) 과(果) 이렇게 돼 있지, 애초 조율이시, 홍동백서 같은 건 없었어.”

강태희 씨와 같은 ‘희’자 항렬의 누군가가 “예전에는 마당에서 절하면 큰일나는 줄 알았다는 얘기도 해야지…”하고 말했다. 마루가 좁아 채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절하는 모습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예전에는 적서가 분명했으니까”하며 서로 웃는다. “아유, 옛날에는 4대를 한번에 모시는 것도 없었지, 뭐. 고조부 상 따로 내고 치우고, 증조부 상 따로 내고 치우고… 차례만 하루 종일이었지.”

강태희 씨 집안의 차례가 간소화된 것은 강태희 씨가 서른 되던 해였다고 한다. “문중 어른들도 흔쾌히 허락하셨어. 지금은 위패를 한 자리에 모시고 절을 올리지만 예전에는 어림도 없었지. 모두 한마을에 살 때는 모두 모여서 차례, 성묘한 후에 각자 집에서 차례 드리고 그랬어. 성묘까지 끝내면 금새 저녁이 될 정도로 길었다고. 지금은 각지에 떨어져서 각자 집안 차례를 올리고 모여. 세월 따라 변하는 건 어쩔 수 없지. 제사필성. 중요한 것은 정성이라고, 정성.”
 
- 모든 것이 풍성한 추석에 조상을 대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자칫 오만해지기 쉬운 산 사람을 겸허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차례가 더 늦어지겠지…

이런 식의 설명이 반복되는 사이 금새 차례가 끝났다. 음복을 서로 권하고 바로 성묘 준비에 들어갔다. 선산은 집과 마주해 가까운 곳에 있었다. 집안 여성들은 멀찍이 떨어져 성묘 후 일가가 나누어 먹을 국과 밥을 지었고 남자들만이 산에 올랐다.

“예전에는 하도 명당, 명당하니까 조상 묘를 해마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소문난 곳에는 조상 묏자리를 뺏기는 일도 허다했다고. 어느새 조상묘 옆에 엉뚱한 사람 묘가 들어서 있는 거지…. 그래서 설날, 추석, 한식때 성묘하면서 조상묘를 수호했던 거야.”대대로 해왔던 의식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형식만 남는다면 허례가 된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조상의 덕으로 농사를 잘 지었다고 감사 드리고 묘소도 손질해야지. 이때쯤에는 풀이 높아지고 장마에 봉분이 패기도 하거든”하며 자손들에게, 취재팀에 당부하듯 설명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자리가 아니면 자손들에게 언제 교육을 하겠어. 대가 멀어질수록 소홀해지기 마련이거든. 그래서 대개 산소 주변에는 과일나무를 심었지. 열매 딸 겸 산소를 돌아보라는 얘기야. 그것도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지혜지, 암.”

간단한 상차림이 끝나자 모두가 절을 올리고 조상과 친지 사이의 간단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젊어 세상을 등진 얘기에는 모두 마음이 무거워졌다. “큰애가 고등학교 다닐 때. 3형제 놓구 갔지.” 모든 것이 풍성한 추석에 조상을 대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자칫 오만해지기 쉬운 산 사람을 겸허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조상덕 보자고 묏자리 뺏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변하니 엉뚱한 일로 조상묘를 옮기네. 그래도 우리는 좀 낫지, 선산은 개발에서 빠졌거든. 산 사람만 떠나면 돼.” 한 마을에서 전쟁을 겪고 집안 대소사를 속속들이 공유했으며, 그린벨트, 군사보호지역으로 반평생을 신음하다 뜻하지 않은 개발로 정에 금가는 일도 생겼다. 그러나 이들은 다시 모여 상처를 치유하고 한을 털어내며 다시 그 위에 정을 쌓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나마 모여 살던 사람도 흩어지니 내년에는 차례가 더 늦어지겠지….”
진주 강씨 일가는 선산 인근에 제실을 짓는다. 이는 의지와 무관하게 고향을 등져야 하는 이들에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근본을 깨우치는 일이다. 선산에 죽 누워있는 무덤은 그래서, 삶을 유지시키고 그 틈을 봉합해주는 존재가 아닐까.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를 담은 예(禮)의 큰 뜻은, 오금동 한 씨족마을의 사라질 터전 위에서도 우뚝했다. [고양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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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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