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 아파트 ○동 추락사고 응급 환자 발생. CPR(심폐소생술) 필요 추정됩니다."
지난 5월 부산 남구의 한 주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던 장례지도사 A(29)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와 연결된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다급한 사고 전파 메시지를 전해 들었다. A 씨는 곧장 주점을 나와 오토바이를 타고 사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서는 119 구조대가 긴박하게 응급 처치를 진행했지만, 온몸에 다발성 손상을 입은 환자는 끝내 숨지고 말았다.
사고 수습이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던 A 씨는 봉고를 끌고 도착한 동료와 함께 시신을 차량에 태워 부산의 한 장례식장으로 옮겼다. A 씨가 휴대전화를 통해 엿들은 메시지는 소방본부 119 상황실에서 전파한 무선 출동 지령이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A 씨와 모 종합병원 위탁 장례식장 대표 B(36)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A 씨 등은 2015년 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부산진구와 남구 지역의 119 무전을 도청해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사고 현장에 도착, 시신을 옮기고 장례식을 맡아 7억여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장례업 종사자인 이들은 부산지역 주택가나 원룸 등에 감청용 무전기와 중계용 휴대폰을 갖춘 상황실 3곳을 차려 놓고, 3개조 교대로 24시간 소방 무전을 감청했다. 이들은 특히 무전기와 연결된 중계용 휴대전화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소방지령을 엿들었다.
A 씨 일당은 이같은 수법으로 경쟁 장례업자들을 제치고 먼저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범행 기간인 3년 6개월간 1000구 이상의 시신을 선점했다. 이들은 유족으로부터 운구비 명목으로 시신 1구당 10만 원을 받았고, 자신들과 연계된 특정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면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150만~180만 원을 추가로 챙겼다.
[출처 :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