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환 웰다잉 연극 단장

  • 등록 2012.08.29 19: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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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삶의 한부분… 웰다잉 준비하면 삶이 풍성해진다”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삶의 일부분입니다. 진정한 웰빙은 ‘웰다잉’을 통해 완성되는 것입니다. 웰다잉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사람은 남은 생을 보다 가치있고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3차례 암수술을 받은 후 ‘웰다잉’ 전문강사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최명환(65) 단장. 그는 “죽음이란 우리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결과물”이라며 “그래서 죽음은 우리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준비해야 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는 것이 잘 죽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명환 단장의 삶은 마치 한편의 영화 같다. 일류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했고, 2007년 퇴직 전까지 34년 동안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굴곡없이 평탄했던 그의 인생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은 2003년의 일이다. 건강검진 중 오른쪽 신장에서 종양이 발견돼 신장의 1/3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듬해에는 왼쪽 신장에서도 암이 발견돼 또 한번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암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나니 죽음이라는 것이 생생한 실체로 느껴졌습니다. 꼼짝도 못하고 병실에 누워 병마와 싸우는 동안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파도처럼 온 몸을 덮었습니다. 죽음에 대해 물어볼 사람, 상황을 공감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완치 후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 죽음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두 번의 종양제거 수술을 받은 그는 퇴직 후, 곧장 각당복지재단 산하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를 찾아갔다. 웰다잉 전문강사를 모집한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기쁜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갔던 것. 이후 그는 각당복지재단에서 2년여 동안 전문강사교육과 지도자과정을 받았다. 유서 쓰기를 비롯해 존엄사, 상실과 슬픔 치유, 화해와 용서, 호스피스(환자의 임종을 지켜주며 존엄하게 떠날 수 있도록 하는 의료 시스템), 편안한 죽음. 나의 장례 예전, 인생관. 재산 정리, 웃음 치료 등을 배웠다. 매달 2~3권의 웰다잉 전문서적을 읽으며 개인적인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전문 자격증 취득 후 그는 복지관, 노인대학, 경로당, 시니어타운 등을 누비며 웰다잉 강의를 펼쳤다. 암을 극복한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죽음이 두려운 사건이 아니라 준비하고 맞이해야 하는 지혜’라는 사실을 전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강의 후에는 항상 아쉬움이 더욱 크게 자리잡았다. 죽음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웰다잉 강의를 불편해하는 청중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웰다잉’을 대중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에서 웰다잉 연극단 창단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배우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겐 딱딱한 강연보다 연극이 훨씬 더 위안과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싶어 인생 최대의 도전을 감행했다”고 회고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의 최 단장에게는 예순을 넘긴 나이에 연극배우로 도전한다는 것이 큰 모험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당히 그는 창단공연 ‘립스틱 아빠’에서 주연배우로 발탁돼 17명의 배우들과 1년여 동안 호흡을 맞췄다. 남다른 열정과 헌신을 보인 최 단장은 2010년 4월부터 연극단 대표를 맡아 극단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연습일정 조정을 비롯해, 공연신청, 섭외, 이동교통수단 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는 “‘나는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에서 시작한 여정이 웰다잉 강사를 거쳐 연극단장에까지 이르렀다”며 “배우로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기쁨과 다른 사람들의 웰다잉에 일조할 수 있는 보람은 무엇보다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극단장을 활동하면서 그의 삶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전에는 사람들 눈을 의식해 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제는 자신있게 도전한다. 골프 등 새로운 운동도 배우고, 패션도 더욱 과감해졌다. 무엇보다 올 1월 암세포가 폐로 전이 된 사실을 발견하고, 3번째 암수술을 감행했지만 연극단 활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착실하게 죽음을 준비했기 때문에 공포나 두려움은 크게 줄어들고, 회복 속도는 더욱 빨랐다.

수술 후 건강상태에 대해 묻자 최명환 단장은 수술자국을 살짝 보이며 “3번의 수술로 생긴 몸의 흉터만도 70cm가 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떨쳐내자 인생의 훈장처럼 느껴진다”고 껄껄 웃었다. 이어 “죽음을 화두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인데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경험담과 강의 소재를 얻게 됐다”며 “오히려 감사한 일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10년 동안 3번의 암수술. 하지만 병마도 그의 강한 의지만큼은 꺾을 수 없었다. 수술 후 통원치료를 받으면서도 그는 연극 연습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3번째 웰다잉 연극 ‘소풍가는 날’에서 그는 아내와 사별하고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 채 외롭게 살아가는 주인공 김득천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올 9월까지 노인대학, 자살예방센터, 교회, 구청 등의 공연이 예정돼 있어 최단장은 무대 안팎을 넘나들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예순 다섯 살의 늦깎이 연극배우 최명환 단장. 그의 목표는 단순했다. 4년 동안 사명감 하나로 공연봉사를 펼치고 있는 웰다잉 연극단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고 싶다는 것. 그는 “수술 후 체력은 많이 떨어졌지만 정신과 열정만큼은 젊은 청년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며 “웰다잉 강연과 연기를 통해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노년시대신문]
뉴스관리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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