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묘가 고인의 소망대로 소박하게 만들어졌다.
울산대학교는 건축학과 김범관 교수가 디자인한 신격호 명예회장 묘역 모습을 10일 공개했다. 묘역은 신 명예회장의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선영에 마련됐다.
신 명예회장의 묘역은 망부석 등 석물로 화려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자그마한 봉분에 벌레 방지를 위한 측백나무가 심어졌다. 1조 원대 자산가의 무덤으로서는 검소하다는 평가다.
묘 오른쪽 가로 1.8m 크기의 와석(臥石)만이 신 회장의 묘역임을 알리는 표시다. 신 회장의 와석의 금석문에는 "여기/ 울주 청년의 꿈/ 대한해협의 거인 /신격호 /울림이 남아 있다"고 새겨져 있다.
생전 철학이 담긴 한 줄 "거기 가봤나?"도 덧붙어 있다. 고인은 평소 직원들에게 현장 확인의 중요성과 부지런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 문장은 영국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현씨가 고인의 성품이 잘 읽히도록 문장 부호를 최소화해 디자인했다고 한다.
김범관 교수는 "고인의 검소하고 권위를 따지지 않는 소박한 성품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석을 택했고, 자연석을 세우지 않고 눕힌 수평적 배치로 조경을 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또 "죽어서 고향에 평범하게 묻힌 신 회장의 뜻을 반영했다"며 "집무실에 걸어두었던 '거화취실(去華就實·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내실을 지향한다)' 액자처럼 죽어서도 소박한 삶의 가치를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