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국가 유공자들과는 다른 유공자들과 매우 달라 슬프다. 일관되지 않은 기준을 수정하는 게 시급하고, 어떤 사유와 어떤 경로로 유공자가 되었는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특별한 경험에 의한 트라우마의 심각성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 특히 신체에 위해를 입어 공포를 느낀 경우 그 트라우마는 엄청나게 오래가고 더 나아가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면 그 후유증은 감히 상상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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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경험을 군대에서 했었다. 역삼동 한국타이어에서 노동자들이 건물 점거를 시도할 때 끌려나가 수십명에게 짓밟혔었다. 당시 경찰 방패를 온 힘을 다해 휘둘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몇분을 맞았는지를 모르겠으나 웅크리고 얼굴을 팔로 감싸고 ‘제발 빨리 끝나라’고 마음속으로 빌며 느꼈던 무력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온몸에 힘을 줘서 그런지 구타가 끝나고 반쯤 기절해서 필름이 끊겼고, 정신을 차리니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고참은 얼굴을 맞대고 정신차리라며 뺨을 살살 치고 있었다.
당시 한 고참은 불법 시위대 노동자들이 손으로 잡아 끌어내면서 회전문에 얼굴이 끼어 눈 위쪽 살점이 떨어져나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었고 피를 본 주변 고참들이 욕하면서 방패를 휘두르던 그 아수라장이 12~13년 전인데도 기억에 너무 생생하다. 그 고참은 아직도 흉터가 있다.
이후 시위 현장을 나가서 불법시위자들과 대치할 때마다 이상하게 흥분이 되고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땀이 엄청나게 났다. 나도 모르게 미친듯이 욕을 내뱉다가 고참한테 엄청 혼난 적도 있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반응하는 이상한 현상을 처음으로 그렇게 겪었다.
그 넓고 추운 바다에서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나의 미천한 경험에서도 그런 좌절감과 무력감, 공포를 느꼈는데 그들은 어땠을까. 감히 상상도 못하겠지만 너무나 무섭다. 그 때의 상황도 무섭고 국가도 무섭다. 그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글: 김태호) [출처: 제3의길]